암은 끝이 아니라, 삶을 다시 바라보게 하는 질문이었다
사람이 살아가는 데 있어 가장 중요한 것은 건강이라는 생각이 든다.
세계보건기구(WHO)는 건강을 단순히 병이 없는 상태가 아니라, 신체적·정신적·사회적으로 온전한 안녕의 상태라고 정의한다.
하지만 우리는 대부분 건강을 잃고 난 뒤에야 그 말의 의미를 깊이 이해하게 된다.
나 역시 그랬다.

1. 나의 투병 히스토리 (2016년 그리고 2026년)
어느 날, 몸이 보내기 시작한 신호
10년 전, 특별한 이유 없이 몸무게가 조금씩 줄기 시작했다. 처음에는 대수롭지 않게 여겼다.
하지만 짧은 기간 동안 무려 8kg 가까이 빠지자 내 마음속에 불안이 스며들어 이런저런 생각을 했다.
“혹시 병이라면 전립선암 아닐까?”
하지만 추측만 하며 시간을 보내는 것은 오히려 더 위험한 일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결국 나는 병원 문을 두드렸다.
2016년 2월 : 킴스의원에서 위내시경 검사를 받았는데 위 모양이 안 좋다는 소견을 들었다. 일주일 후 '조기 위암' 진단을 받아 아산병원에서 내시경적 점막하 박리술(ESD)을 했고 2021년 완치 판정을 받고 정기적인 추적 관찰을 이어왔다.
2026년 1월, 추적 내시경 검사 중, 과거 시술 부위 근처에서 새로운 병변이 발견되었다.
2. 현재 상태 및 검사 결과 요약 (정보 공유)
📋 환자 및 검사 기본 정보
검사 일자 : 2026년 1월 21일
검사명 : 상부위장관 내시경 + 조직검사
인적 사항 : 71세 / 남성
🔬 내시경 소견 (Report) 및 해석
식도 (Esophagus) : 이상 없음 (Free)
위 (Stomach) : 만성 위축성 위염 (위 점막이 얇아진 상태로, 흔한 노화성 변화이자 지속적인 관리 대상)
과거 2016년 ESD 시술 부위의 흉터 (잘 아문 상태)
새로운 병변 발견 :`r/o EGC IIc + IIb lesion on low body GC`
해석 : 위아래 몸통 부위에 얕게 팬 형태와 평평한 형태가 섞인 조기위암이 의심됨 (조직검사 시행)
🗂 병리 조직검사 결과 (최종 확진)
진단 문구 : `Stomach, low body, GC, endoscopic biopsy / Adenocarcinoma, moderately differentiated
| 주요 용어 | 의학적 의미 |
| Adenocarcinoma | 위선암 : 위암의 가장 흔한 형태 |
| Moderately differentiated | 중등도 분화 : 암세포가 아직 원래 위 점막 형태를 절반 정도 유지 |
💡 중요 포인트 요약
1. 조기위선암 (EGC) 확진 : 아직 위벽 깊이 침윤하기 전 단계일 가능성이 높아, 내시경적 절제(ESD)만으로 완치 가능함.
2. 치료 성적 우수 :전이 소견이 없으며, 조기 발견 시 일반적으로 완치율이 90% 이상임.
3. 재발이 아닌 이시성(Metachronous) 위암 : 2016년 암이 재발했다기보다는 만성 위축성 위염 등으로 인해 새 토양에서 새로운 암이 생긴 것임. 정기 검진 덕분에 조기에 잡을 수 있었음.
3. 진료실 들어가기 전 '의사에게 꼭 물어볼 질문 리스트'
대학병원 진료실은 늘 빠르게 돌아가고 설명은 핵심만 남는다. 환자는 정작 궁금한 것을 다 꺼내지 못한 채 발걸음을 돌리기 쉽다.
“조기입니다.”
“ESD로 가능해 보입니다.”
그 몇 마디로는 집에 돌아와 밤을 견디기엔 부족하지요.
질문은 미리 정리해 가는 것이 큰 도움이 됩니다.
📝 미리 준비한 4가지 질문과 답변 시점
1. 병변의 정확한 크기와 깊이는 어떻게 되나요?
시술 전 정밀 내시경을 통해 '추정'하고, ESD 시술 후 5~7일 뒤 병리 결과에서 최종 '확정'됨.
2. ESD(내시경 절제술)로 완전 절제가 가능한가요?
시술 직후 의사의 소견을 듣지만, 기술적 성공 외에 '절제연(Margin) 음성 여부', '침윤 깊이', '혈관 침범 여부' 등은 시술 후 5~10일 이내 조직 결과로 최종 판정됨.
3. 절제 후 추가로 외과적 수술을 해야 할 가능성도 있나요?
현재 중등도 분화에 조기위암 추정이므로 추가 수술 가능성은 낮은 편이나, 최종 조직 검사에서 침윤 깊이가 깊거나 림프관 침범이 보이면 추가 수술을 결정합니다.
4. 치료 후 추적 내시경 간격은 어떻게 되나요?
시술 후 외래 방문 시 결정되며, 일반적으로는 6개월 후 1회, 이후에는 1년 간격으로 추적 관찰합니다.
4. 동병상련(同病相憐), 흔들리지만 무너지지 않는 마음으로
암을 진단받게 되면 그것을 믿는다는 게 누구에게나 쉽지 않다.
보름 전 위내시경 검사 결과 ‘암' 확정 진단을 받았을 때 나는 의외로 차분했다.
“조기니까 괜찮겠지.”
“조기 위암은 ESD로 많이 한다고 하잖아.”
“2016년에도 잘 넘겼으니까.”
겉으로는 그렇게 말했지만 속은 전혀 그렇지 않았다.
진료실 문을 나오는 순간, 내 삶의 공기가 조금 달라졌다는 걸 느꼈다.
남의 일이 아니라는 생각에 암 환우 카페('아름다운 동행')에 가입했습니다. 젊은 나이에 4기 진단을 받고 항암과 수술, 재발을 반복하는 환우들의 글을 읽었습니다. 예전 같았으면 "힘내세요"라고 쉽게 남겼을 댓글이 이제는 쉽게 눌러지지 않습니다. 그 글 속의 불안과 공포가 어느새 제 것이 되어버렸기 때문입니다. '동병상련(同病相憐)', 이 네 글자가 요즘 제 마음에 가장 묵직하게 와닿습니다.
입원까지 남은 일주일.
아내 앞에서는 "사람 사는 게 다 그렇지"라고 허허 웃어 보이지만, 밤이 되면 작은 통증 하나에도 예민해지고 혹시 모를 미래를 상상하게 된다. 인생의 숙제를 거의 끝내고 비로소 나 자신을 돌볼 여유를 얻었건만, 삶은 기다렸다는 듯 다시 내 앞에 무거운 질문지를 던져놓았다.
남기고 싶은 이야기가 아직 많은데… 내가 그 끝을 다 볼 수 있을지 밤마다 마음이 흔들린다.

🌿 마치며 : 서로의 길 위에 작은 불씨가 되기를
암 진단을 받고 밤마다 스마트폰을 검색하며, 홀로 외로운 밤을 보내는 분들이 많을 것입니다. 저 역시 똑같은 밤을 지나고 있습니다.
그렇기에 저는 앞으로 제 투병 과정과 감정을 숨기지 않고 이곳에 기록하려 합니다. 치료 결정 과정, 입원 전의 마음, 그리고 앞으로 겪어낼 시술 후 회복 과정까지. 정보는 최대한 정확하게, 감정은 최대한 솔직하게 담아내겠습니다. 이 기록이 누군가에게 작은 위로가 되고, 질문 하나라도 덜어줄 수 있다면 그것으로 제 역할은 충분합니다.
'암'이라는 단어는 참 무겁습니다. 그 무게가 내 삶을 무너뜨린다고 생각했지만, 어느새 나는 그 무너진 자리에서 다시 꽃을 심을 준비를 하고 있습니다. 암은 결코 내 인생 전체를 정의할 수 없습니다. 저는 여전히 사색의 끈을 놓지 않은 채, 나만의 빛깔로 소중한 오늘을 이어갈 것입니다.
입원까지 남은 일주일, 흔들리지만 무너지지 않는 마음으로 하루하루 꿋꿋하게 건너가 보려 합니다.
혹여 이 글을 읽는 당신이 저와 같은 길 위에 서 있다면, 이 기록이 서로의 시린 겨울에 작은 불씨가 되기를 간절히 바랍니다.

*시술 후 회복 과정과 다음 이야기도 이어지는 포스팅으로 투명하게 공유하겠습니다. 환우분들의 쾌유를 기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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